top of page

[허동윤의 비욘드 아크] 지역균형발전이 곧 국가의 미래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혁신도시 사업 한계

교육·문화 인프라 등 정주 여건 개선돼야

'지역, 자율·독립적인 발전 주체' 인식을

    

(주)상지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주)상지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세종시의 아파트값이 뛰고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실과 국회의 세종시 이전 공약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을 부추긴다고 한다. 선거 때가 되면 정치 공약보다 더 들썩이는 건 정치 테마주와 부동산이다. 가뜩이나 살기가 팍팍한 서민들은 그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수도권을 보며 지방에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도 마찬가지다. 행정수도는 세종시로 옮기겠다고 하지만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이야기는 구체적이지 않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2005년부터 추진된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과 혁신도시 사업은 20년이 다 되어 가지만 관련 산업과 일자리 증가, 그리고 인구의 지방 분산 효과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정주 여건 향상과 지식기반산업의 고용 효과가 함께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주 여건을 향상시키고 고용효과를 위해서는 핵심 기능이 함께 옮겨 와야 하는데 핵심 기능은 아직 서울에 있다.

     

부산에는 동삼혁신도시(영도구 동삼동 일원), 문현혁신도시(남구 문현, 대연동 일원), 센텀혁신도시(해운대구 우동 일원) 등 3곳의 혁신도시가 지정됐다. 부산도시공사는 부산에 이전하는 13개 공공기관 직원을 대상으로 지역의 노른자위 땅에 짓는 아파트를 특별공급 분양했다. 이러한 조치는 부산이 전국 혁신도시 중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을 완료한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했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이전된 공공기관의 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부산으로 이주하지 않고, 주말마다 수도권으로 돌아가는 현상이 지속되었다. 그 결과, 공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별분양된 대연동 아파트는 실거주 목적을 상실하고 매매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은 공공기관 이전이 단순한 물리적 이동에 그쳐서는 안 되며, 지역의 교육, 문화, 생활 인프라 등 전반적인 정주 여건 개선이 병행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도시의 기능은 단순한 기관의 집합체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공기관 이전만으로는 지역균형발전을 달성할 수는 없다. 더욱 근본적인 원인은 대한민국의 수도권 일극주의에 있다. 수도권은 인구, 자본, 인재, 문화, 정보 등 모든 자원이 집중된 공간이다. 반면 지방은 행정 기능의 일부를 ‘나눠 받는’ 대상으로만 취급되었다는 것이다. 핵심 기능이 빠진 공공기관 이전만으로는 지역이 독립적인 발전 동력을 갖지 못한다.

     

수도권은 이미 포화 상태다. 서울의 주거 문제, 교통 혼잡, 과도한 교육 경쟁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기회는 여전히 수도권에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또 서울로 모인다. 이는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게 불행한 구조다. 수도권 일극주의는 수도권 자체를 병들게 하며, 지방을 공동화시킨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어떤 정책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도시는 땅 위에 세워진 건물의 집합체가 아니다. 기억이며, 서사이고, 그 안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유기체다. 부산은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 관문이었고, 해방 후에는 가장 먼저 세계와 맞닿았던 곳이다. 한국전쟁 시기에는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부산으로 몰려들었다. 피란수도라는 말은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이 도시가 한국 근현대사의 중심에서 감당해 온 무게를 말해준다. 중심이 아닌 듯 중심에 있었던 부산은 이제 ‘중심’이라는 단어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수도권 일극주의는 단순한 인구 쏠림 현상이 아니라 국가 구조의 기형적 균형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기형적 구조를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해양수산부와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진행되어야 한다. 부산은 해양과 접한 도시라는 지리적 이점을 넘어, 오랜 시간 항만과 해운, 조선, 물류 등 해양산업 전반의 중심이었다. 이 정체성을 바탕으로, 부산은 수도권에 종속되지 않는 고유한 도시 서사를 구축할 수 있는 드문 도시다. 이를 위해 필요한 조치가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이다. 그리고 부산문현 국제금융단지가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지 15년이 넘었지만, 금융 기능과 인프라 문제는 여전히 서울에 치우쳐 있다. 이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지역균형발전은 단지 행정적인 문제나 선거공약의 항목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가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핵심 질문이 되어야 한다. 지역을 중앙의 분화로만 보는 시각을 넘어서,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진 동등한 발전 주체로 인식하는 국가적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 지역균형발전은 곧 도시의 재구성이며, 도시의 재구성은 우리 삶의 구조를 다시 짜는 일이다. 이제는 지역균형발전과 관련한 정치인들의 달콤한 말에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다. 이번 조기 대선은 장미대선이라는 말 그대로 믿을 수 있는 실천의 시대를 열기를 바란다.

     

ⓒ 부산일보(www.busa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mentarios


ADDRESS

CONTACT

(47852)

부산광역시 동래구 아시아드대로 189 (사직동)

BNK 사직동금융센터 2층

051-502-7774

one.dongnam@gmail.com

등록번호 510-82-08131

부산광역시.png
울산광역시.png
경상남도.png
부산상공회의소.png
울산상공회의소.png
창원상공회의소.png
국토교통부.png
국가균형발전위원회.png
자치분권위원회.png
926932_31872_1248.png

©2021. 동남권발전협의회 All rights reserved.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