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기업가 정신을 묻다] (3) 강태룡 CTR그룹 회장

[기업가 정신을 묻다] (3) 강태룡 CTR그룹 회장

     

청년은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고 강원도 태백의 탄광촌으로 향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스물여섯이었다. 세상 가장 밑바닥을 알고 싶었다. 그러나 그곳은 아무나 갈 수 없었다. 최종 학력을 중졸이라 속였다. 모나미 볼펜을 엄지와 중지 두 개만으로 잡아 취업 서류에 글을 삐뚤빼뚤 썼다. 일손이 모자랄 때라 수월하게 합격했다. 그렇게 석탄 캐는 광부가 됐다. 힘들었지만 참고 지냈다. 하지만 한 달여 만에 신분이 탄로 났다. 위장취업을 하면 안기부로 끌려가던 시절이었다. 광산 인사과장은 고맙게도 조용히 나가 달라고 했다. 세상 밑바닥을 이제 겨우 알까 싶었는데….

     

‘이대로 집으로 돌아갈 순 없다.’ 이번엔 금광으로 향했다. 또 중졸로 속여 취업했다. 갱도의 막다른 곳, ‘막장’까지 가는 데만 20시간 넘게 걸렸다. 한 번 들어가면 햇빛도 못 본 채 20일 넘게 지내며 굴을 파고 시료 채취 작업을 했다. 얼마나 고된 일이었으면 ‘막장 인생’이란 말이 나왔을까. 막장을 두 번쯤 다녀왔을 때쯤 그의 인내심이 ‘그만하면 됐다’고 했다. 청년은 세상 가장 밑바닥에서 ‘금’보다 값진 ‘경험’을 캤다.

     

2025년 봄날, 그때 그 청년을 만났다. 글로벌 중견기업 CTR그룹의 강태룡(79) 회장이다.

     

대학 졸업 후 부친회사 취업 뒤로한 채

고된 일 몸소 체험하고 싶어 광부 도전

훗날 기업인 인내 정신 갖추는데 도움

     

유연한 경영과 꾸준한 기술발전 밑거름

차부품 중심 매출 2조 중견기업으로 성장

사명 ‘센트랄’서 변경, 100년 미래 상징

     

연구개발 투자로 제품 설계 능력 갖춰

다양한 거래선 확보, 기업 살아남는 길

     

        

     

   강태룡 CTR그룹 회장이 창원 성산구 신월동 CTR빌딩 로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강태룡 CTR그룹 회장이 창원 성산구 신월동 CTR빌딩 로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올해 매출 목표는 2조 1000억원

     

-대학 졸업할 때 아버지가 당시 잘나가는 센트랄자동차 사장인데, 쉬운 취업 길을 놔두고 왜 탄광과 금광에서 일했는지?

     

“아버지 덕에 편한 길을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아버지 회사로 가면 그것은 내 인생이 아닌 것 같았죠. 내 힘으로 고민을 해결하고 싶었어요. 극한 상황에 도전해 보기로 한 거죠. 막장 인생을 체험하며 제 인내심도 시험하고요.”

     

-CTR그룹은 독보적인 자동차 부품 경량화 기술을 내세워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데.

     

“지난해 CTR그룹(구 센트랄·이하 CTR) 은 1조 9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 목표는 2조 1000억원입니다. 세계적으로 친환경 열풍이 불면서 전기차 선호도가 급증한 것도 성장 배경이기도 하죠. 전기차에 안성맞춤인 CTR 경량화 부품 수요까지 덩달아 늘었어요. 세계 주요 고객사로는 현대차, 제너럴모터스(GM),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이 있고, 전기차로는 미국의 유수 전기차 업체와 중국의 뜨는 전기차 업체가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디지털 전환 솔루션, 로봇 자동화 설비, 신재생에너지 등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미래 성장 기반도 함께 다져 가고 있어요.”

     

-현재 CTR은 1대(강이준 회장)에서 2대(강태룡 회장)로, 다시 3대(강상우 부회장)로 가업승계가 이뤄지고 있는데.

     

“세대와 시대에 따라 사람 중심의 유연한 경영과 꾸준한 기술 발전이 성장 원동력이라 할 수 있어요. 저는 대외 업무만 맡고 아들이 회사 전반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세상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을 알아보는 안목, 그리고 이러한 기술이 접목된 사업 아이템을 파악하는 안목도 성장 비결이랄 수 있겠죠.”

     

-그동안 어려웠던 시기나 실패했을 때, 위기를 극복해 나간 방법은?

     

“지금에서야 ‘번창’이고 ‘성공’인 거지, 긴 세월만큼 실패도 많았어요. 실패의 개수보다 성공한 사례가 더 많았기에 오늘날 CTR이 성공한 중견기업으로 자리매김한 것입니다. 위기를 미리 파악해서 사전 예방하고 유동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했어요. 또한 위기 후의 수요에 대비해서 설비·자재·인재를 준비했어요. 또한 CTR은 부품 국산화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OE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 방식) 시장에 진입했어요. 스틸 부품을 알루미늄이나 플라스틱으로 바꾸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머릿속 아이디어를 현실에서 실행에 옮기는 회사는 많지 않거든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을 위해 수도권이 아닌 창원에 본사를 둔 이유는?

     

“물류 면에서 창원은 특화되어 있어요. 창원에 본사가 있어 가까운 부산항과 마산항을 이용할 수 있어요. 또한 기계 제조업의 인프라가 가장 잘 구축된 곳이 창원이거든요.”

     

◇노사분규 때 무릎 꿇은 이유는?

     

-1987년 8·30사태라는 심각한 노사분규를 겪으면서 강태룡 회장이 노조원들 앞에 무릎 꿇은 일을 ‘사기’에 나오는 ‘한신’에 비유하는 이들도 있던데.

     

“누군가는 제게 아픈 기억이 아니냐고 묻곤 했죠. 그렇진 않아요. 구사대를 동원했던 제가 무릎을 꿇어 공장이 잘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는 마음이었죠. 직원은 가족입니다. 가족이 잘 살아야 내가 행복해질 수 있어요. 지금도 ‘상호 신뢰, 서로 인정, 공정한 분배’가 제 기업가 정신입니다.”

     

-2023년에는 창원상공대상 중견·대기업 부문 경영대상과 경남메세나 대상을 수상했는데.

     

“창원상공대상 수상은 직원들의 자부심을 높인 상이었고, 그 무엇보다도 ‘향토기업 면허증’을 받은 느낌이었어요. 제 자신도 ‘경남 기업인’이라는 인식이 더욱 확고해졌죠. 메세나는 우선 제가 문화예술을 좋아해서 하게 됐어요. 기업의 이윤을 지역사회에 환원함으로써 지역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했죠.”

     

-CTR의 성장 비결을 보면, 철저한 기업가 정신이라 할 수 있는데.

     

“중소·중견기업이 살아남는 길은 연구개발 활동을 통한 제품 개발과 설계 능력을 갖추고 다양한 거래선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CTR은 우리만의 기술을 끊임없이 연구·개발하고 그것을 고객의 특성에 맞춰 나가고 있답니다.”

     

-지난 2022년 7월 사명을 ‘CTR’로 변경했는데, 그 변화의 배경은?

     

“국내에서는 ‘센트랄’로 불리지만, 해외에서는 ‘CTR’로 불리며 혼용돼 있었어요. CTR로사명을 변경한 것은,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으로서 새로운 출발을 의미합니다. 71년 역사를 이어받고 100년 미래를 향한 새로운 도전을 상징하죠.”

     

-전문경영인의 역할과 능력을 최대한 존중하며 백년 기업을 향한 준비를 하고 있다던데.

     

“한국형 지배구조와 서구 이사회 구조를 융합한 하이브리드 거버넌스 형태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전문경영인은 회사 미래를 위한 경영권을 확실하게 행사할 수 있어야 하고, 오너는 사업이 사회에 얼마나 긍정적으로 기여하는지 살펴야 합니다. 오늘날 전문경영인의 역할은 시대 흐름에 맞는 투자 결정을 내리고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기까지

     

청년 시절 ‘내 인생’을 살 것인지, 아니면 ‘아버지 인생’을 살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서 탄광과 금광의 막장을 경험한 강태룡. 그는 금광을 나온 그해(1972년) 센트랄에 입사해 창고 업무와 구매, 영업 파트 등에서 업무를 두루 익혔다. 청년 강태룡이 선택한 ‘고생’이라는 ‘도전’은 CTR이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기까지 거쳐 온 시간들을 품고 있다. 그는 말한다. “세상 가장 밑바닥에서 캔 ‘경험’은 지금의 CTR로 이끈 기업가 정신의 시금석”이라고.

     

/심강보 프리랜서 작가/

     

☞강태룡 회장은?

     

▷1946년 부산 출생 ▷부산 개성고(구 부산상고)·한양대 경영학과 졸업 ▷1985년 ㈜센트랄 대표 ▷현재 CTR그룹 회장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이사 ▷경남문화진흥원 이사장 ▷경남메세나협회 부회장 ▷동탑산업훈장(1995년) ▷은탑산업훈장(2000년) ▷수출 1억불탑(2006년) ▷수출 2억불탑(2014년) ▷금탑산업훈장(2014년) 수훈 ▷1억원 이상 기부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 ▷창원상공대상 중견·대기업 부문 경영대상(2023년) ▷경남메세나 대상 수상(2023년)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Copyright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knnews2025. 5. 14. 21:41

     

     

     

Comments


ADDRESS

CONTACT

(47852)

부산광역시 동래구 아시아드대로 189 (사직동)

BNK 사직동금융센터 2층

051-502-7774

one.dongnam@gmail.com

등록번호 510-82-08131

부산광역시.png
울산광역시.png
경상남도.png
부산상공회의소.png
울산상공회의소.png
창원상공회의소.png
국토교통부.png
국가균형발전위원회.png
자치분권위원회.png
926932_31872_1248.png

©2021. 동남권발전협의회 All rights reserved.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