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한국대학신문][희망 대한민국] ㉚ ‘지금 우리 학교는’ 그리고 ‘미래 우리 학교는’

전호환 동명대 총장
ree

한국 드라마가 넷플릭스에서 연속 세계 1위를 달린다. 대박이다. ‘오징어 게임’과 ‘지옥’에 이어 ‘지금 우리 학교는(지우학)’이 그 주인공이다. ‘지우학’은 ‘오징어 게임’의 시청 순위 기록을 갈아 치울 기세다. 조선, 반도체, 휴대폰 등 세계 1등 기술제품에 이어 스포츠, 영화, 음악 등 K-컨텐츠로 이어지는 한류의 비상이 범상치 않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이다.


‘지우학’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고등학교에 학생들이 생존을 위해 스스로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순을 고발하는 10대들의 분노다. 학교 폭력에 시달려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려 죽으려는 여학생은 “여기는 지옥이야, 난 그 지옥을 떠나려고 해”라고 절규한다. 학교가 지옥이면 바깥세상은 뭐란 말인가. ‘오징어 게임’이 벌어지는 공간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을 죽여야 내가 살아남는 전장이다. 성적, 대학, 일자리, 주거지 등 경쟁에서 이겨야 가질 수 있다. 이런 지옥 같은 사회가 대한민국이다.


모든 현상에는 양면이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역사상 가장 빠른 경제성장으로 G10의 반열에 올랐다. 높은 교육열이 큰 기여를 했다. 집중과 선택 전략도 주효했다. 수도권 집중은 규모의 경제로 효율성을 높였다. 속도의 선택은 ‘오징어 게임’의 죽기살기 경쟁이었다. 과유불급이라 했다. 너무 지나친 선택과 집중이 낳은 기형적 사회가 세 드라마의 컨텐츠이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 ‘헬조선’이다.


‘지우학’에서 좀비 바이러스를 만든 과학교사는 “살아남고자 하는 본능은 지능을 뛰어 넘는다”고 했다. ‘전쟁 등 열악한 환경에서 생명체는 종족 보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번식을 억제한다’는 유전학적으로 검증된 과학적 사실이다. 2021년 작년 우리나라 출생자 수는 26만여 명이다. 1960년 출생자 109만여 명을 정점으로 60년 만에 4분의 1로 줄었다. 전 세계 유례가 없는 빠른 속도로 진행된 극초저출산이다.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6명 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성인 4명이 평생 자녀 1명을 출산하는 것이다. 6.25전쟁 중에도 년 70만여 명이 태어났으니 현재 우리나라는 전쟁 때보다 살기가 더 팍팍해진 지옥인 셈이다. 살기 위해서 출산을 꺼리는 모순이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 초집중화의 부작용이다. 기대수명 증가로 고령화 사회 진입 속도 또한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청년 인재 유출로 지방소멸이 가속화되고 노동인구 감소 등 예측되는 사회적 문제는 시한폭탄과 같다.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대한민국은 지도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처방은 두 가지, 국가균형발전과 교육의 정상화다.


문재인 정부는 “연방정부에 버금가는 지방분권을 실현하겠다”면서 국가균형발전을 국정 과제로 택했다. 그러나 이 정부 들어 수도권집중화는 더 심화되었고 서울의 집값은 최고로 올랐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의 국가균형발전은 좋은 대학이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기에 가능했다. 독일은 완벽한 국토균형발전을 통해 국민의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다. 독일의 기술연구를 선도하는 TU9의 9개 대학은 아헨, 뮌헨, 드레스덴 등 지역도시에 있다. 베를린 공대가 있는 수도 베를린은 인구 350만여 명으로 독일 내 도시 경쟁력에서 20위 권 밖에 있는 지역 도시다. 이들 대학에서 독일의 노벨 과학상 대부분이 배출됐다. 막강한 연구역량을 자랑하는 독일의 연구기관도 이들 대학 인근에 자리 잡아 기업과 클러스트를 구성해 창업생태계를 이룬다. 히든챔피언 기업이 전국에 골고루 분포돼 있는 이유다.


대학은 교육과 기술연구개발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면서 젊은이를 끌어들여 문화를 창출하고 도시를 활성화시키는 최고의 기관이다. 따라서 국가균형발전은 교육균형발전에 의해 온전히 달성할 수 있다. 인구 30만 도시 중심으로 대학 한 개를 집중육성하는 과감한 정책을 펴야 한다. 300개가 넘는 대학을 과감히 줄이고 수도권에 40% 이상 몰려있는 대학도 지방으로 보내야 한다.


교육은 인간을 올바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은 반대로 달려왔다. 학교성적이 대학입학 기준이 됐고, 좋은 대학 졸업장이 좋은 직장 진입의 통로다. 어려서부터 학원과 유치원에서 이기는 게임만을 가르쳤다. 게임에서 진 학생은 열등감과 두려움을 갖고 폭력과 분노를 표출한다. 분노를 증폭시키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는 가족과 친구도 물어뜯는 동물이 되었다. 이것이 ‘지우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상이다. 교육을 각자도생의 수단으로만 활용한 결과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이제 우리는 로봇과 함께 살아야 한다. 로봇은 무한 지식을 가지고 쉬지 않고 일하는 괴물이자 기계다. 학교는 이러한 기계가 할 수 없는 상상, 도전, 소통, 공감, 사랑, 협업과 배려 등의 덕목을 체험하면서, 공동체의 생존과 공존을 짊어질 인격체를 키우는 공간이 돼야 한다. ‘지우학’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학생들은 성적 우수자가 아니라 이러한 덕목과 역량을 가진 자들이었다. 이들은 ‘드론’과도 협업을 하면서 자신들의 눈으로 볼 수 없는 안전한 공간을 찾아갔다. ‘지우학’은 ‘미래 우리 학교’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필자는 작년 5월 동명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두잉(Do-ing)대학을 만들었다. 무학년, 무학점, 무티칭의 3무(無)교육철학을 바탕으로 학생 스스로가 체험하는 실천교육과정이다. 읽기(고전명저), 쓰기, 말하기, 재무제표, 주식투자, 유튜버, 외국노래 부르기, 명산 등정 등은 필수과목이다. 선택과목으로 드론, 사진촬영, 요트, 승마, 경비행기 등 70여 개의 교과목 중 학생 스스로가 선택해 110학점을 두잉하면 졸업이 가능하다. 학점은 등급이 없는 성공(P)과 실패(N/P)로 주어진다. 학생 개성과 역량을 키우는 실천교육이다. 화재 등 긴급 재난의 현장에서는 현장에서 많이 경험해본 사람이 능력을 발휘한다. 고등학교 졸업 후 현장에서 경험으로 습득해 창업한 강소기업 CEO들이 많은 것도 같은 이유다.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사람은 명문대학 졸업생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이다. ‘미래 우리 학교’는 이러한 인재를 길러내고 학생들이 행복한 장이 되어야 하고 두잉교육이 만들 것이다.


‘지우학’의 명대사인 “전쟁이 나도 안 없어지는 게 학교야! 전쟁에서 이겨도 학교가 없으면 지는 거라고!”는 ‘아이들이 국가의 미래다’라는 희망의 메시지다. 차기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세 드라마를 꼭 보았으면 한다.


<한국대학신문>



댓글


주소(ADDRESS)

(47852)

부산광역시 동래구 아시아드대로 189, 2층 (사직동, 부산은행 사직동금융센터)

연락처
(CONTACT INFORMATION)

전화번호 051-502-7774

이메일 one.dongnam@gmail.com

사업자 등록번호 510-82-08131​

부산광역시.png
울산광역시.png
경상남도.png
부산상공회의소.png
울산상공회의소.png
창원상공회의소.png
국토교통부.png
국가균형발전위원회.png
자치분권위원회.png
926932_31872_1248.png

©2021. 동남권발전협의회 All rights reserved.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