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저널]전호환 동명대 총장 “지방대는 지역의 혁신·성장·해결·봉사 주체, 지방대 살리기 위한 정책 강화 필요”
- onedongnam
- 2022년 1월 13일
- 6분 분량
[2022 대학교육에 바란다] 전호환 동명대 총장 인터뷰

전호환 동명대 총장이 “지방대는 지역의 혁신과 성장, 해결, 봉사의 주체”라며 “지방대 진학을 유인하고 공기업 선발에 지역인재 비율을 늘리는 지방대 육성법, 혁신도시법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역대급 학령인구 감소와 2021 대학 기본역량 진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2021년이 지나고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대선이 있는 중요한 해로 대선후보들의 교육 관련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대학저널은 지난 2016년부터 4년간 20대 부산대 총장을 지내고, 2021년부터 동명대 총장직을 수행 중인 전호환 총장을 만나 고등교육에 대한 제언, 특히 지방대 위기를 해쳐나갈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학령인구 감소로 촉발된 지방대 위기 등 고등교육 전반에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현 고등교육, 특히 지방대 위기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공개한 ‘인구변동과 미래전망: 지방대학 분야’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25년 뒤 부산광역시에 위치한 대학 23개 중 16개가 없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위기가 아니라 전멸이라고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라는 뜻이다.
특히 출산율은 지방대 위기를 초래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020년 합계출산율은 전국 0.82명, 수도권 0.6명으로,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60년만에 출산율이 4분의 1로 줄어든 나라다. 2020년 출생자 수는 27만5천명으로 대학 입학정원인 55만명(정원외 포함)보다 현저히 적다.
이른바 선진국 클럽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출생자 대학 진학률은 40%다. 현재 입학정원은 55만명인데, 수도권에 대학생이 입학정원의 40%가 집중돼 있고, 이를 유지한다면 10년 내 지역 대학 대부분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수도권 내 입학정원을 줄여 지방대에 학생들이 올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수도권대 정원 감축이 지방대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주장인가.
“우리나라 전 지역에는 300여개의 대학이 있다. 우리나라 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대학도 줄이고, 정원도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각 지역 수준에 맞는 대학을 육성해 지역 성장을 이끌고, 대학이 지역 경제를 이끌 인재 양성의 중심이 돼야 한다.
최근 서울대가 장기 발전 계획의 일환으로 학부생 정원 감축을 추진하다고 발표했다. 재정도 학교채를 발행해 2040년까지 재정 규모를 3조원대까지 끌어올린다고 한다.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서울대는 지역에 대학이 없으면 대학이 죽는 것이 아니라 국가 자체가 위험하다고 본 것이다. 지방대의 위기는 곧 국가의 위기, 사회의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방대는 지역의 혁신과 성장, 해결, 봉사의 주체다. 유럽과 미국, 일본 등은 대학과 지방자치단체의 파트너십으로 지역 재생과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우수 대학이 지역에 분포돼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도 수도권과 국립대학을 포함 모든 대학의 정원 동률 감축과 수도권 학생 비율 상한선을 도입하는 등 지방대 진학을 유인하고, 공기업 선발에 지역인재 비율을 늘리는 지방대 육성법, 혁신도시법 등을 강화해야 한다.”
-역대 정부에서 지방대를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교육부는 수도권 대학과 지역 대학 관계없이 ACE(학부교육선도대학 사업), BK21(두뇌한국 21), Prime(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 등 같은 재정지원 사업으로 지원을 해왔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대학 특성화에도 실패했다고 본다. 자생 능력이 있는 대학은 예산을 지원해 그 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해 사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평가해야지, 똑같은 평가 기준을 놓고 지원해 여기에 맞춰 활용하라는 것은 획일화 정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지역 대학은 해당 지역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대학으로 특화하는 것이 맞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 정부에 교육 재정을 좀 더 줘서 지역과 해당 지역 산업이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한 플랜을 짜고, 대학이 참여하도록 하는 그런 산학관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지방 정부에 교육 정책을 맡기고, 거기에 맞게 대학도 육성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전 총장이 “사립대 대학 등록금 자율화를 실현해야 한다. 대학이 알아서 등록금을 받고, 스스로 대학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면, 지방대의 경우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다닐 학생이 없다고 판단해 자연스럽게 등록금을 내리는 등 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역에 사람이 머물 수 있게 하는 방안은.
“대학은 젊은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그들이 주변 상권을 형성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데, 대학이 없어지면 젊은이들도 사라져 생태계가 무너진다. 따라서 교육 균형 발전이 필요한 것이다. 독일의 경우 인구 30만명인 지역에 다 대학이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대학이 각 주에 흩어져 있다. 우리나라만 상위 20개대 중 18위까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한 때는 대학가요제 1등이 지방대에서 나왔다. 부산 지역 대학도 수도권 대학과 문화 수준이 동등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꼭 서울에 가서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부산 사람은 부산대, 대구 사람은 경북대 등 지역 거점 국립대에서 공부했지, 서울대에 갈 실력이 아니라면 수도권 대학에 가야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그러나 지금은 수도권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이런 인식 때문에 지역에 사람이 머물 수 있게 하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대학도 지방 의대와 약대 정원의 40%를 지역인재로 뽑는 등 지역 할당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것 아니겠나.
공기업 지역 할당제도 최근 좀 더 강화되면서 지역에 사람이 머물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부산 공기업의 경우 20%는 부산에서, 20%는 수도권 외 지역에서 채용하는 지역 할당제를 만들어 다른 지역 사람들도 유입될 수 있도록 한다면 역차별에 대한 안전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도권 사립대 등록금을 자율화하고, 대학에 지원하는 국고는 국공립대로 전환해 국공립대 재정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던데.
“현재 우리나라는 반값 등록금을 실현해 평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소득분위가 낮은 학생들이 사립대에 많이 가다보니 국가장학금 예산의 84%가 사립대로 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소득분위가 낮은 학생들은 등록금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 보니 성적이 되면 지방에 남지 않고 수도권 상위권 대학으로 진학하고 있다. 물론 가난하다고 사립대에 가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국가에서 지원할 것이 아니라 대학 재단에서 장학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등록금 자율화를 실현해야 한다. 고려대와 연세대 등 수도권 상위 대학은 등록금 자율화를 주장하고 있다. 대학이 알아서 등록금을 받고, 스스로 대학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지방대의 경우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다닐 학생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자연스럽게 등록금을 내리는 등 조정하게 될 것이다.
또한 사립대의 퇴출과 대학 간 활발한 M&A도 허용해야 한다. 역량지원을 명목으로 한계 대학을 자꾸 살려내면 다른 대학에 갈 지원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향후 대학을 연구중심과 교양학부중심, 직업교육중심으로 양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미국 등 선진국의 발전에는 연구중심대학의 역할이 크다. 교육 선진국의 우수 대학 대부분은 연구중심대학으로, 지역에 골고루 흩어져 지방의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인구수가 비슷한 미국 캘리포니아에는 UCLA, UC버클리, UC샌타바바라 등이 연구중심대학으로 자리잡고 있고, 그 밑에 대학원 과정이 없는 박사학위가 없는 대학이 20개 가량 있다. 이 대학들은 교양학부중심대학으로 운영되고 있고, 그 밑에는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인 직업교육중심대학이 존재한다. 직업교육중심대학 학생은 원하면 연구중심대학으로 편입할 수 있다. 이런 선순환 구조가 세계대학 평가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는 대학을 많이 배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ACE, BK 등 정부 재정지원 사업으로 기준을 세워 경쟁하게 하지 않나. 우리나라도 일부는 연구중심대학으로 정해 실험·실습 시설 등 인프라에 투자를 많이 해 육성하고, 일부는 교양학부중심대학으로 특성화를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교수들도 매년 동일한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닌 대학 특성화 방향에 맞게 연구 성과, 산학 프로젝트 성과, 학생 취업률 등으로 평가받고, 교수법도 대학 특성화 방향에 맞게 변화될 것이다.”
-14년째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대학 재정이 어려워 인프라와 교육 등에 대한 지원이 줄고, 대학의 국제적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결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2021년 10월 기준 미국 사립대 자산운영 수익은 10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대의 경우 1년 동안 자산을 운용해 번 수익이 14조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이 경쟁이 될 리 만무하다. 그러니 서울대에서도 학교채를 발행해 재정 규모를 3조원대까지 올리겠다고 한 것 아니냐.
거기에 최근 지방세법이 바뀌면서 각 대학 자산에 대한 종합부동산세가 몇억원에서 몇백억원으로 늘어났다. 부산에 있는 모 대학은 20억원 가량을 더 내야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학은 등록금도 동결되고, 유휴자산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이를 위해 대학 내 유휴자산을 수익 사업화 할 수 있도록 허용해 재정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산대 총장 당시 국립대 재생 회계법을 바꿨다. 부산대에 기부받거나 독지가가 사준 땅이 있는데, 그 재산 모두가 국가 소유다. 당시에는 유휴자산 매각 대금을 국가로 귀속하게 돼 있어 매각 대금 일부를 대학으로 돌릴 수 있게 국립대학재정회계법의 일부를 개정했다. 이처럼 학교의 자산을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국가 예산을 지원받지 않아도 재정 확충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교육정책은 올바르게 경제를 살리는 것보다 대학 하나를 더 키우는 것이 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생각으로 임했으면 좋겠다.”
-국립대 총장을 역임하고 사립대에서 총장직을 수행 중이다. 동명대 총장으로 취임한 소회와 앞으로 계획은.
“동명대 취임 이후 동명대를 교육 중심 대학으로 만들어 ‘두잉(Do-ing) 인재’를 길러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동명대를 작고 강한 ‘강소(强小) 학부대학’으로 바꾸고, 인문·사회·자연과학은 물론 교양과목에서 고전읽기·스포츠·공연예술 등을 폭넓게 다루는 학부 중심 대학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단단한 기본을 가지고 스스로 문제를 유연하게 해결하는 역량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 목표를 둔 두잉(Do-ing)대학은 학년‧학점‧티칭이 없는 3무(無) 체제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앙트러프러너십 전공, 디지털 공연예술 전공, 유튜브 크리에이터 전공 등 총 3개 전공을 운영한다.
또한 한국 대학에서는 처음으로 파격적 실천(Doing)중심 교과목 100개 커리큘럼을 구성했다. 고전‧명저를 읽은 후 비평문을 써 읽기‧쓰기‧말하기 자질을 높이고, 승마‧요트‧수영‧한국 100대 명산 오르기 등을 통해 학생들의 체력을 강화해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목적이다. 이밖에도 재무제표 작성과 주식투자를 통해 학생들이 실전 경제에 대한 감각을 느낄 수 있게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경상국립대와 동명대 캠퍼스 내 대학병원급 동물병원 유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9월 동명대 내 동물병원 걸립을 골자로 하는 협약을 체결했으며, 12월 자문위원 위촉식을 진행하고 동명대 캠퍼스 대학병원급 동물병원 유치 관련 협력연구팀 활동을 시작했다. 동명대가 동물병원이 들어설 땅을 제공하고, 국립경상대가 정부 재정으로 동물병원 건물을 짓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부산·울산·경남 허브 역할을 수행할 대학병원급 동물병원 유치의 경우 반려인 편의성 제고와 반려동물 전문인력 양성 등 일석이조가 될 것이다.
이외에도 캠퍼스 내에 케이컬처(k-culture)를 경험할 수 있는 10만㎡규모의 영화 촬영 세트장과 부산아시아영화학교, 한국영화아카데미 등 복합문화 관련 시설을 유치해 부가이익을 창출할 것이다. 관련 산업 고용 창출, 인구유입 증가, 취·창업 활성화 등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한다.”
임지연 기자 jyl@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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