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꽉 막힌 한일 관계, 붓글씨로 물꼬 텄으면”
- onedongnam
- 2021년 11월 12일
- 2분 분량
전호환 총장·마루야마 총영사 동명갤러리서 공동 서예전
- 내일부터 일주일간 55점 전시 - 판매수익금 장학금 사용 예정 역사적으로 뿌리 깊은 한국과 일본 간 갈등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놓고 양국이 어느 때보다 얼어붙은 지금, 부산의 학자와 일본 외교관이 열린 듯 막힌 한일관계의 물꼬를 트고 미래를 향해 함께 걷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공동 서예전을 연다. 주인공은 전호환 동명대 총장과 마루야마 코우헤이 주부산일본총영사. 13일부터 일주일간 동명대 동명갤러리에서 ‘같이 걷는 한일, 서예에 길을 묻다 同行(동행)’전을 갖는 이들을 만나 전시회의 의미와 작품 소개를 들어봤다.

전호환(오른쪽) 동명대 총장이 공동 서예전을 여는 마루아먀 코우헤이 주부산일본총영사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두 사람 뒤쪽은 전 총장 작품.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먼저 국적도, 분야도 다른 두 사람의 인연이 궁금했다. 전 총장은 11일 “지난해 부산대 총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마루야마 총영사를 만났다. 외교관으로서 지역 대학 총장을 찾은 자리였는데, 총장실에 걸어놓은 내 붓글씨 작품을 보고 자신의 서체로 같은 글을 써서 선물해주더라”며 “붓글씨라는 두 사람의 공통분모를 가지고 실타래처럼 얽힌 한일 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마루야마 총영사는 “전 총장께서 더 큰 선물을 주셔서 감사하다. 한국과 부산에 대해 갖고 있는 마음을 붓글씨로 전할 수 있어 기쁘다”고 화답했다.
‘동행’이라는 주제는 전 총장이 제안했다. 그는 “한일관계를 일의대수(一衣帶水·옷의 띠와 같은 좁은 물)에 비유한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가깝게 지내는 이웃이란 얘기”라며 “양국 관계가 지금은 혼미한 형국이지만 일의대수의 흐름처럼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은 외면할 수 없는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행주원(同行走遠·함께할 때 멀리 갈 수 있다)이라는 말처럼 코로나 난국을 극복하고 미래로 함께 나아가기 위해 이제는 ‘동행’해야 할 때라는 생각에서 주제로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시회에는 전 총장 작품 26점, 마루야마 총영사 작품 29점 등 총 55점이 걸린다. 양국의 선린우호를 위하는 자리인 만큼 ‘동행’을 강조한 글귀가 많다. 특히 ‘일의대수’는 두 사람 모두 작품을 하나씩 출품해 관람의 재미를 더한다. 전 총장의 작품이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붓놀림이 느껴진다면, 마루야마 총영사의 작품은 좀 더 원시적인 서체로 강렬한 인상을 준다. 마루야마 총영사는 “인간이 붓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글씨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사람들이 글을 쓸 때의 쾌감을 느낄 수 있어 즐겨 쓴다”고 소개했다. 전 총장은 “총영사의 붓글씨는 도의 경지에 올라있다. 이찌방데쓰(최고)”라고 추어올리며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자 마루야마 총영사는 전 총장의 작품에 대해 “평소 보여주는 총장님의 모습과 작품의 분위기가 달라 인상 깊다”고 평했다. 그는 “전 총장님은 평소 활동적이고 에너제틱한 이미지인데, 작품을 보면 전통 문인의 느낌이 난다”며 “조용히 깊게,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시는 분 같다. 이번 전시는 실제 총장님이 가지고 있는 깊은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루야마 총영사는 “한일 간 어떠한 계기를 만든다기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편안하게 찾아주길 바란다. 글귀도 중요하지만 작품에도 집중하고, 붓글씨의 매력을 즐겨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판매 수익금은 일본 관련 학문을 지원하는 장학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전 총장은 즉석에서 독후감 경진대회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그는 “미국인의 시선에서 일본 문화의 특성을 분석한 고전 ‘국화와 칼’이라는 책이 있다. 내겐 일본을 정확히 이해하는 창구가 됐다”며 “많은 사람이 읽길 바라는 차원에서 독후감 경진대회를 여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마루야마 총영사도 “전 총장님의 제안에 동의하며, 사회적 공헌을 위해 쓰길 바란다”고 호응했다. 최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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