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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일보][아침논단]시민과 함께하는 대학


권진회 경상국립대학교 총장


과거에는 학교와 아파트, 개인주택까지 모두 담장을 둘렀었다. 필자가 다니던 초등학교 주위로는 담장 두를 예산이 없었는지 담장 대신 큰 가시가 달린 탱자나무를 촘촘하게 심었었다. 탱자나무는 매우 단단하고 그 가시가 큰 것은 5㎝ 정도나 되어서 정말 무시무시한 나무다. 주택의 담장에는 병을 깨서 담장 위 시멘트에 심어두는 경우가 많았다. 군부대에서 사용하는 정도는 아닐지라도, 가시가 달린 철망을 담장 위에 설치한 경우도 흔히 볼 수 있었다. 살기가 어려웠던 때여서, 가난한 집에도 잡도둑이 드는 경우가 많았던 시절이라, 수동적이긴 하지만 정말 무시무시한 방범시스템을 설치한 것으로 볼 수 있으리라. 지금도 서울의 큰 부잣집 담장은 거대한 성벽과 같아서 안에 무엇이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이 모든 것은 보안의 목적에서 시작하였으나 점점 나의 영역을 규정하고 외부와의 단절을 만드는 마음의 성벽이 되었다. 또한 내가 더 우월하니 타 그룹과 함께할 수 없다는, 혹은 최소한 동등한 공동체로 인정하기 불편하다는 의미도 들어있으리라 본다.


공동체 혹은 커뮤니티(community)는 ‘같은 관심과 의식으로 환경을 공유하는 사회집단’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환경에는 여러 인자가 있다. 경제 활동을 공유하면 경제 공동체, 무력을 공유하면 군사 공동체, 모든 것을 공유하면 운명 공동체가 될 것이다. 오늘날의 인심은 매우 각박하여 공동체 의식을 찾아보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역으로,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더 공동체를 강조하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 그러한 일환으로 학교나 시청과 같은 공공기관들에서부터 담장을 허물고 시민들의 접근을 자유롭게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물리적인 측면에서라도 우리가 하나의 환경을 공유하며 공동체로 살아가자는 의지의 표현이다. 학문에서 물리와 화학은 별개인 듯 보이지만, 실상은 본질적 측면에서 구분이 쉽지 않다. 사람의 정신적 세계라는 것도 학문의 입장에서 보면 화학적, 전기적, 물리적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담장 허물기는 물리적 행위지만 화학적 경계 허물기와 완전히 별개의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공동체 가운데 시민들에게 물리적으로 많은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조직이 대학이다. 대학에는 다양한 국적, 전공, 취미를 가진 사람이 있고, 아름다운 정원이 있고, 도서관이 있으며, 스포츠·문화 시설에 식당까지 있다. 자연스레 여러 이벤트가 거의 매주, 매일 발생한다. 따라서 대학은 이러한 공간을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시민들과의 접촉을 확대·강화함으로써 공동체의 문화·스포츠 활동에 기여하고, 대학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유도할 수 있다. 주말에 가족들과 손잡고 아무 부담 없이 산책할 수 있는 곳, 저녁 먹고 운동이 필요할 때 걷고 뛸 수 있는 운동장, 현대의 도서관이 어떤 모습인지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곳, 버스킹을 하는 무명 가수에게 박수치며 잠시 시름을 잊을 수 있는 곳, 그것이 대학이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대학은 경계를 허물고 시민에게 다가가야 하고, 시민의 문화와 휴식 공간이어야 한다. 반대로 시민들은 대학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동체의 핵심 인자로 받아들이고 애정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필자가 속한 대학은 그러한 차원에서 캠퍼스의 경계를 허물어가고자 한다. 주말에는 시민들에게 주차장을 개방하고, 더 많은 사람이 도서관과 학내 문화·스포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다양한 전시회를 개최하여 주말이면 즐길 거리가 있는 캠퍼스를 만들고자 한다. 대학과 대학 주변의 젊은 문화의 거리를 통해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게 변화시킬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담장이 제거된 대학촌에 사람과 문화가 채워지고, 환경이 갖추어질 수 있도록 시민들의 관심과 지원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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